'와신상담' 많이 들어본 말이지요? 아마 많은 이들이 정확한 뜻과 유래는 몰라도 '쓸개를 씹으며 복수를 꿈꾼다' 정도는 기억하고 있을 거라 봅니다. 그런데 쓸개라니요? 생각만으로도 얼굴이 찡그려집니다. 복수 관련 고사성어, 사자성어 '와신상담'의 뜻과 유래 알아봅니다.
✅ 목차1. 와신상담
한자
뜻과 풀이
출전
2. 와신상담의 유래
3. 오늘날의 쓰임4. 유의어 및 관련어
5. 마치며
1. 와신상담(臥薪嘗膽)
한자
臥 누울 와
薪 섶나무 신
嘗 맛볼 상
膽 쓸개 담
뜻과 풀이
와신상담을 글자 그대로 풀어쓰면 '섶나무(장작을 쌓은 땔감나무) 위에 누워 자면서 쓸개를 맛본다'는 뜻입니다.
원수를 갚으려고 온갖 괴로움을 참고 견디는 상황을 이를 때 쓰는 말입니다.
출전
『사기(史記)』의 「월세가(越世家)」, 『십팔사략(十八史略)』
2. 와신상담의 유래
春秋時代(춘추시대, 기원전 770년~403년)때 인접한 오(吳)나라와 월(越)나라는 오월지간(吳越之間)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앙숙지간이었습니다. 두 나라는 일진일퇴, 피 튀기는 싸움을 이어갔는데, 이러한 세력다툼은 사기(史記)나 십팔사략(十八史略)에 흥미진진하게 실려 전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담고 있는 대표적인 고사성어가 바로 와신상담입니다.
오왕 합려의 죽음과 아들 부차의 복수심, 와신(臥薪) '땔감나무 위에 누워 잠을 자다'
BC 496년, 오나라 왕 합려(闔閭)는 군사를 이끌고 월(越)나라로 쳐들어갑니다. 그러나 합려는 월나라 왕 구천(勾賤)에게 크게 패하고 전투에서 월나라 장군 영고부(靈姑浮)가 쏜 화살에 맞아, 후에 상처가 악화돼 목숨을 잃고 맙니다. 합려는 죽기 전 아들 부차(夫差)에게 반드시 원수를 갚아 달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부차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가시 많은 땔감나무 위에 누워 자며, 자신의 방을 드나드는 신하에게 이렇게 외치도록 시켰습니다. “부차야! 너는 구천이 너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夫差志復讎, 朝夕臥薪中, 出入使人呼曰: “夫差, 而忘越人之殺而父邪”)
부차는 그렇게 복수를 맹세하며 복수의 칼날을 갈면서 밤낮없이 병사들을 훈련시켰습니다.
월왕 구천의 패배와 복수심, 상담(嘗膽) '쓸개를 맛보다'
낌새를 눈치챈 월왕 구천은 부차의 복수심을 알고 먼저 공격해 들어왔습니다. 참모 범려(范蠡)의 충언에도 불구하고 먼저 부차를 공격했던 구천은 그러나 복수심에 불타는 부차에게 패하고 맙니다. 대패하여 월나라 수도 회계산(會稽山)까지 쫓겨 포위당하고 만 구천은 살아남으려면 항복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 부차에게 자신의 뜻을 전합니다.
“이제부터 왕의 자리를 버리고 오나라 신하가 되겠소.”
부차는 항복을 받아들여 구천을 자기 노예로 삼습니다. 구천은 3년 동안 부차의 마구간에서 말을 돌보는 일을 했습니다. 심지어 부차가 병이 들자 그의 대변까지 맛보면서 몸소 간호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런 치욕을 견딘 것은 훗날을 기약하는 속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왕 부차는 그가 보인 정성에 마음이 누그러져 구천을 놓아주었습니다.
부차가 용서해 준 덕분에 구천은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스스로 몸과 마음을 채찍질하며 지난 치욕을 상기했습니다. 항상 쓸개를 곁에 매달아 두고 앉으나 누우나 쳐다보고 올려다보면서, 음식을 먹을 때도 쓸개를 맛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회계산의 치욕을 잊었느냐?”
(吳旣赦越, 越王勾踐反國, 乃苦身焦思, 置膽於坐, 坐臥卽仰膽, 飮食亦嘗膽也. 曰: “女忘會稽之恥邪?”)
구천은 이렇듯 복수를 다짐하며 기회를 노렸습니다. 그는 손수 밭을 갈고 부인은 길쌈을 하면서, 고기반찬도 먹지 않고 백성들과 고락을 같이하며, 어질고 현명한 인재를 후하게 대접해 관리로 삼았습니다.
그러기를 10여 년, 구천은 은밀히 군사를 훈련하는 한편 부차에게 미인 서시(西施)를 바치고, 간신 백비(伯嚭)를 비롯한 부차의 신하들에게 뇌물을 뿌렸습니다. 회계의 치욕을 잊지 않았던 월왕 구천은 마침내 오나라가 빈틈을 보이자 공격해 들어갔습니다.
마침내 구천은 오나라 수도 고소성을 포위해 부차의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지난날의 치욕을 씻자, 구천은 승자의 아량으로 부차를 귀양 보내어 그곳에서 여생을 마치게 하려 했지만, 부차는 호의를 뿌리치고 스스로 자결하고 말았습니다.
3. 오늘날의 쓰임 : 실패에도 굴하지 않는 의지, 와신상담
이렇듯 와신상담은 오나라 부차와 월나라 구천간의 복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고사성어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쓰임은 실패나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굳은 의지를 상징하는 의미로 많이 쓰입니다. 마지막까지 목표를 향해 힘든 순간을 견뎌내자고 스스로 다짐할 때도 쓰입니다.
4. 유의어 및 관련어
절치부심
(切齒腐心 : 切 끊을 절, 齒 이 치, 腐 썩을 부, 心 마음 심)
와신상담과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말로 '절치부심(切齒腐心)'이 있습니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인데, '이를 갈고 마음을 썩인다'는 뜻입니다. 대단히 분하게 여기고 마음의 각오를 다질 때 쓰는 말입니다.
오월동주
(吳越同舟 : 吳 성씨 오, 越 넘을 월, 同 한 가지 동, 舟 배 주)
오월동주는 와신상담의 배경이 되었던 춘추시대 오나라와 월나라에 관계된 사자성어입니다. '오(吳)나라 사람과 월(越)나라 사람이 한 배에 타고 있다'는 뜻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는 원수지간이라도 협력할 수밖에 없을 때 쓰는 말입니다. 배 안에서 서로 싸워봐야 배가 기우뚱해지면 모두 물에 빠져 죽고 마니까요.
동시효빈
(東施效矉 : 東 동녘 동, 施 베풀 시, 效 본받을 효, 顰 찡그릴 빈)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동시가 본받아 찡그린다'라는 뜻이 되는데, 이는 미인 서시(西施)와 관련된 고사성어입니다. 와신상담 본문에도 잠깐 나왔지만, 월왕 구천에 의해 오왕 부차에게 바쳐졌던 미인 서시는 오나라 왕비생활이 즐겁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미간을 찌푸릴 때가 많았는데, 그러나 그 모습조차 아름다워 오나라의 못생긴 여인들이 서시처럼 예쁘게 보이고자 따라서 찡그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동시(東施)란 서시(西施)에 빗대어 '동쪽나라의 못생긴 여인'을 뜻하는 의미라고 하네요.
마치며
오나라 왕 합려의 죽음에서 시작된 아들 부차의 복수심을 상징하는 말, 와신(臥薪 : 땔감나무 위에 누워 자다)과 부차에게 패한 월왕 구천의 복수심을 상징하는 말, 상담(嘗膽 : 쓸개를 맛보다)을 합친 사자성어 와신상담(臥薪嘗膽)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더불어 배경이 되었던 오나라와 월나라의 상황을 담은 오월동주와 동시효빈, 그리고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절치부심까지 살펴보았습니다. 오늘날은 와신상담의 의미가 '복수'라기보다는 '결연한 의지'의 의미로 더 많이 쓰이는 것 같은데, 그렇지요. 누구나 인생에 한 번쯤은 맵게 결심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와신상담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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