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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 고사성어와는 구별되는 ‘네글자 신조어’들

by 모하씨 2023. 5. 5.

고사성어, 사자성어, 한자성어, 성어의 구별뿐만 아니라, 족보 없는 네 글자 신조어들 또한 마구잡이로 생겨나고 있어 구별이 필요해 보입니다. 네 글자 신조어들 살펴봅니다.

 

 

고사성어, 사자성어

 

 

고사성어란 고사(故事. 옛이야기)에서 유래한 한자어 관용어(成語. 성어)를 말합니다. 주로 중국 역사와 고전에 기반하며 옛사람들의 지혜와 경험,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고사성어의 대부분은 네 글자로 이루어져 있어 사자성어와 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고사성어 중에는 두 글자로 된 성어도 있고, 다섯 글자를 넘는 성어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자성어가 주를 이루고 있고 모두 한자어라는 점에서는 상통합니다.

고사성어는 중국 고전에 기반한 것이 많지만, 우리나라에서 나온 고사성어도 있습니다.
《삼국유사》 《삼국사기》 등의 역사서와 《춘향전》 《구운몽》과 같은 구소설, 《순오지》와 같은 속담집에서 유래한 것으로 〈오비이락〉 〈적반하장〉 〈초록동색〉 〈함흥차사〉 〈홍익인간〉 등의 표현이 그것입니다.

이렇듯 우리 언어 속에는 고사성어를 비롯해 한자어가 많이 녹아 있고, 또 지금도 고사성어를 모르면 난감할 때가 있는 만큼 정확한 유래와 뜻을 알고 사용한다면 언어생활이 보다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고사성어, 사자성어가 아닌 ' 네글자어'


현대에 들어 고사성어, 사자성어가 아닌 네 글자 신조어들이 마구잡이로 등장하고 있어 살펴봅니다.
아래는 고사성어 혹은 사자성어로 착각하기 쉬우나 아닌 말로, 단순히 네 글자로 표현해 사자성어 흉내를 내는 유행어들이라 하겠습니다. 편의상 ' 네글자어' 라 표현하겠습니다.

 

한 청년이 책상에 앉아 고민에 빠져 있고 배경에는 네글자어? 라고 타이포되어 있다.
사자성어가 아닌 네글자어


이것들은 고사나 고전문헌에서 유래하지도 않았고, 교훈 등을 담고 있는 관용어(성어)도 아니며, 단순히 네 글자로 조합된 단어에 불과합니다. 여기에는 한자어로 된 것도 있고, 한글, 외래어가 섞여 표현된 것도 있으며 단순히 줄임말도 된 것도 있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한자로 된 네글자어


한자로 된 네글자어에는 많은 단어들이 포함됩니다.


신토불이(身土不二)

원래의 뜻은 몸과 땅은 하나이므로 태어난 땅에서 산출된 것을 먹어야 체질에 맞는다는 뜻으로 <동의보감>의 '약식동원론(藥食同源論)'에서 나온 말입니다. 수입 농산물이 범람하자 농협 등 농수산 관계기관에서 캠페인 용어로 사용하며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삼한사미(三寒四微 )

우리나라의 겨울철 기후를 말하는 것으로 ' 3일간은 춥고 4일간은 따뜻하다' 는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있는데, 여기에 빗댄 표현입니다. 즉 '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뜻입니다.
최근 중국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우리나라의 겨울 날씨를 비유하는 신조어입니다.


홍동백서(紅東白西)

제사상을 차릴 때 놓는 祭物(제물)의 위치를 말하는 것으로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빛을 띠는 것은 서쪽에 놓음을 뜻하는 말입니다.


대마불사(大馬不死)

바둑용어로 대마는 위태롭게 보여도 필경 살 길이 생겨 죽지 않는다는 말. 여러 개의 돌로 이루어진 대마는 돌 덩어리가 큰 만큼 쫓기는 쪽에서 수습과 타개에 최선을 다하므로 여간해서 죽지 않는다는 말이다.

 

낙장불입(落張不入 )

원래 화투에서 유래한 말로, 이미 내놓은 패를 물리기 위해 집어드는 일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는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과 비슷한 뜻입니다.


복지부동(伏地不動)

'땅에 바짝 엎드려 움직이지 않음'을 뜻하는 말입니다.
복지부동은 언뜻 고사성어라고 착각하기 쉬우나, 1990년대 공무원들이 책임질 일을 피하고 무사안일을 꾀하는 모습을 풍자한 유행어입니다.

 


권악징선(勸惡懲善)

권선징악의 안티테제로 등장한 신조어로, 풀이하면 ' 악한 것을 권하고, 선한 것을 벌한다.'로 볼 수 있습니다.
허나 이는 실제로 선한 것을 벌한다기보다는 악이 득세하고 선이 피해를 보는 세태를 풍자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송논쟁(禮訟論爭)

예송논쟁의 원뜻은 조선 현종 때 효종과 효종비가 승하하자, 인조의 계비이던 조대비의 복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상례(喪禮) 문제를 놓고 남인과 서인 간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는데, 이를 예송(예를 갖고 다툼) 또는 예송 논쟁이라고 합니다.
오늘날은 실리 없이 명분만을 위한 싸움, 내지는 시시콜콜한 논쟁으로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을 비유할 때 언론에서 관용적으로 사용합니다.


이부망천(離富亡川)

' 서울 살다가 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 는 말로 2018년에 모 국회의원에 의해 만들어진 희대의 지역민 비하 망언입니다.


여촌야도(與村野都)

'농촌에서는 여당을 찍고 도시에서는 야당 찍는다'는 말로 80년대까지 한국 선거의 대략적인 구도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강약약강(強弱弱強)

2010년대 들어 등장한 인터넷 신조어로 '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하다' 는 뜻의 말입니다.

 

아시타비(我是他非)

독특한 발음의 이 단어는 불교용어도 아니고 ' 나는 옳고 타인은 틀렸다' 는 뜻의 신조어입니다.
같은 상황에서 자신은 경우는 문제 삼지 않고 다른 사람은 비방할 때 씁니다. 이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한자어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글로 된 네글자어


한글로 된 네글자어도 많습니다.
이 중에는 한 시대를 풍미하다 스러지는 단어들도 있겠지요. 때로 가볍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탕발림

입에 발린 소리처럼 달콤한 말로 남의 비위를 맞추어 살살 달래는 것을 말합니다. 사자성어로는 ' 감언이설' 에 해당한다 하겠습니다.


부초서천

' 부산은 초라하고 서울은 천박하다' 는 뜻으로 2020년에 모 전 국회의원에 의해 만들어진 망언입니다. 여기서 ' 초' 와 ' 서' 가 한글입니다. 이부망천과 궤가 연결되는 지역비하 발언입니다.

 

할많하않

'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를 줄여 이르는 말입니다.
조금 어이없는 축약어입니다. 요즘 이런 축약어가 많이 유행합니다.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는 뜻의 ' 복세편살' ,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는 뜻의 ' 안물안궁' ,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라는 뜻의 ' 낄끼빠빠' … 참 요상한 말들입니다.


자강두천

'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 의 줄임말로, 두 사람의 수준이 비슷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황을 의미하는 신조어입니다. 음은 그럴듯한 사자성어로 보이지만, 황당한 줄임말일 뿐입니다.


검수완박

묵직함이 느껴지는 이 사자성어? 는 그러나 '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의 줄임말입니다.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아 다른 권한이나 기관이 수사를 대신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이는 굳이 한자로 표현하려면 할 수도 있을 것이나 그러기에도 애매합니다. 그야말로 줄임말이기 때문입니다.

 


외래어가 섞인 네글자어


내로남불

'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을 줄여 이르는 신조어로, 남은 비난하지만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을 일컬을 때 쓰는 말입니다. 여기서 ' 로' 는 로맨스(Romance)를 뜻하는 외래어입니다.


마지노선(Maginot 線)

마지노선은 오늘날 ' 버틸 수 있는 마지막 한계선, 최후의 방어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음' 의 뜻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원래 이 말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가 독일군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구축한 요새선(要塞線)으로, '마지노선'이라는 명칭은 당시 방어선 구축을 지휘한 앙드레 마지노 국방장관 이름에서 딴 것입니다.(Maginot line)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27년, 프랑스의 국방장관 마지노가 스위스에서 벨기에 이르는 국경 140킬로미터에 그 어떤 나라도 쳐들어올 수 없도록 방어선을 만들었는데, 그 방어선이 바로 마지노의 이름을 딴 ' 마지노선' 입니다.
이렇게 보면 언뜻 사자성어처럼 보이는 ' 마지노선' 도 외국인 이름이 들어간 네글자어일 뿐입니다.

 

모기지론

모기지론은 한자어가 아니라 영어인 ' Mortgage Loan' , 경제용어입니다.
부동산을 담보로 장기주택자금을 대출해 주는 제도이지요. 그러나 언뜻 이 단어도 '론'까지 붙어 있어 사자성어인 줄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母基地論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다 합니다.

 

일도이부삼백(一逃二否三back)

별의별 조합의 신조어가 다 나옵니다. 일도이부삼백이란 법조계에서 쓰이는 은어로, ' 걸리면 도망가고(逃), 잡히면 부인하고(否), 그래도 안 되면 백(background)을 쓴다' 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 백' 이 외국어입니다. 팽팽 도는 신조어 세상입니다.

 

고사성어, 사자성어 개념 잡기를 마치며


본격적인 고사성어, 사자성어 탐방에 앞서 길게도 개념 잡기 해보았습니다.
언어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 여전히 유효한 고사성어, 사자성어임에도 불구하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신조어로 인해 헷갈리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공부에 있어 ' 개념' 은 초석과 같은 것이라 짚고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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